어찌 보면 꼰대들의 집합소라 할 수 있는 엄마 친구들의 모임이 이렇게 재밌고 또 서글프고 유쾌하다니. 웃다가 울다가 하고 싶은 날엔 디어 마이 프렌즈를 정주행 추천합니다.
황혼기에 접어든 이들의 인생찬가
주인공 박완은 프리랜서 번역 작가입니다. 박완의 엄마는 딱히 궁금하지 않은 엄마와 엄마 친구들의 이야기를 글로 써달라는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합니다. 늙은이들 이야기를 도대체 누가 궁금해할 것이며, 정말로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엄마의 상처를 알게 됩니다. 남편이(박완의 아버지) 본인의 친구와 침대에 함께 있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던 것입니다. 그녀는 이 이야기를 계기로 엄마에 대해 알아보자, 이해해 보자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엄마와 엄마의 친구들인 이모들, 아저씨들을 모아 글을 쓰겠다고 통보합니다. 마음을 크게 먹고 자리를 마련했건만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합니다. 내 이야기를 이렇게 써달라, 이 이야기는 빼달라 시끌벅적, 사흘들이 만나면서 싸우고 하다 보니 어느새 이들의 이야기가 재밌게 느껴지고 때때로 빛나보입니다. 느리고 지루하기만 할 것 같은 그들의 이야기는 청춘들의 이야기와 별반 다름이 없었습니다. 찐한 사랑이 있었고 그보다 더 진하고 애틋한 우정이 있습니다.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엄마, 점점 어린아이 같아지는 어머니를 안타까워하고 때론 버거워하는 아들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 친구의 사랑을 시기하기도 하고 응원하기도 하는 친구 등 이렇듯 유쾌하고 따뜻한 황혼기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꼰대인가 어른인가
김혜자(조희자 역): 72세이지만 4차원 소녀 같은 조희자는 최근 남편을 먼저 보내고 혼자가 됩니다. 아들들에게 의지하며 부담을 주고 싶진 않지만 남편이 죽은 집이 무섭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인 문정아에게 의지하며혼자 살아가보려 노력합니다. 조희자 역을 보며 할머니가 이렇게 귀여울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나문희(문정아 역): 희자의 절친한 친구, 매사 따뜻하고 긍정적이지만 가끔 주변 사람을 놀래킬 정도로 돌발 행동을 하곤 합니다. 고집불통 남편과 살며 힘들지만 남편이 했던 '세계여행' 약속을 굳게 믿고 헌신적으로 살아왔는데 어느 날 "여행은 무슨 여행!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 말에 그녀의 하늘이 무너져 내립니다. 그리고 그대로 독립을 선언하고 집을 나와버립니다. 가부장적인 남편을 헌신적으로 모시고 나를 지우고 살아가는 흔한 어머니들의 삶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그녀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며 너무 뿌듯하고 그 여정을 누구보다 응원하였습니다.
고두심(장난희 역): 작가 박완의 엄마입니다. 생활력 강한 그녀는 가슴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윤여정(오충남 역): 주위에 늘 지성인과 예술가들이 가득입니다. 유쾌한 그녀는 가진 돈도 많습니다. 늘 젊게 살고 싶어서 젊은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퍼주는데 정작 그녀가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것은 꼰대 동문들입니다.
어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디어 마이 프렌즈 드라마는 tvN에서 방송된 드라마로 총 16부작입니다. 티빙(Tving)과 넷플릭스(Netflix),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인생 드라마라고 언급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시니어벤저스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대배우들인 김혜자, 나문희, 윤여정, 고두심, 신구, 김역옥, 주현, 박원순 선생님뿐만 아니라 고현정, 조인성, 이광수, 다니엘 헤니, 성동일, 장현성 등 배우 라인업이 너무나도 빵빵했던 드라마입니다. 또한 대한민국 대표 작가인 노희경 작가가 집필하였는데요. 단순히 나이 많은 노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따뜻한 우정, 사랑, 아픔,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드라마였습니다. 방영 전에는 훌륭한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배우들이 중심으로 나온다는 점이 젊은 세대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받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방영 내내 흠잡을 곳 없는 연기력과 스토리로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기성세대는 말이 통하지 않는 세대다, 답답한 꼰대다라고 바라보는 시선들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바꾸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유쾌하고 따뜻하게 풀어놓은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며 저도 아직도 그리고 여전히 아름다운 그들의 인생을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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