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입곱 살에 마음이 닫혀버려 더 이상 자라지 못한 서른 살의 남자와 열일곱 살에 사고로 인해 깨어나보니 어른이 되어있던 서른 살의 여자가 만나 함께 성장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열일곱 소녀가 하루아침에 서른 살이 되어버린 이야기
천재 소리를 듣던 열일곱 소녀 우서리는 독일 유명 음악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 부모님을 잃고 삼촌네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지만 따뜻한 삼촌의 사랑으로 외롭지 않고 누구보다 밝은 소녀로 성장했습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며 지내던 서리는 평소처럼 친구와 함께 버스를 타고 연습장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비극은 예고 없이 다시 그녀를 찾아왔습니다. 친구와 함께 탔던 버스에서 대형 사고가 났고, 그 사건으로 그녀는 13년 동안 코마 상태로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같이 그녀가 깨어났습니다. 기적 같은 일이었지만 그녀는 갑자기 서른 살이 되어버렸다는 놀라운 사실에 더불어 삼촌네 식구가 사라져 버린 것에 충격을 받습니다.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보았으나 그곳에는 삼촌네가 우진이 살고 있었습니다. 13년 동안 너무나 변해버린 세상에는 더 이상 서리를 아는, 서리가 아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오갈 곳이 없던 서리를 안쓰럽게 여겼던 우진이의 조카 유찬 덕분에 그곳에서 잠시 머물 수 있게 됩니다. 액면은 누가 봐도 30살처럼 보이는데 하는 행동과 말투들이 꼭 10대 소녀 같은 서리가 이상하면서도 마음이 쓰입니다. 모든 게 갑작스럽고 혼란스럽지만 서리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차근차근 어른이 되도록 노력해 갑니다. 어렸을 적 한 사건으로 인해 큰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던 우진은 세상과 단절된 채로 살아가고자 하는 인물입니다. 그런 우진이 서리를 만나며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순수한 두 남녀가 보여주는 사랑 이야기
1) 우진과 서리의 첫 만남은 재미가 가득했습니다. 쫄쫄 굶은 서리에게 초코파이는 너무 소중한 끼니였습니다. 그런 초코파이를 의자에 잠깐 내려놓고 넘어진 입간판을 세워두고 돌아서는데 그 잠깐 사이 우진이 실수로 과자를 깔고 앉아버립니다. 우진은 초코파이로 바지 뒷부분이 엉망이 되었는지 모른 채 거리를 활보하다가 마치 용변을 본 것으로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습니다. 우진이 의심은 가는데 어른이 아니라고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순진한 서리의 모습과 우스꽝스러운 꼴이 된 우진의 모습이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2) 현재 우진이 사용하고 있는 방은 과거 서리의 방이었습니다. 그래서 서리는 이방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볼 수 있도록 천장에 창문이 있었는데 아무리 밀고 당겨도 우진은 이 창문을 열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서리는 창문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해결 도구인 '뚫어뻥'을 이용해 창문을 여는 방법을 우진에게 알려줍니다. 신나게 창문을 열고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예뻐 보였습니다. 3) 유찬과 서리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장면도 기억에 남습니다. 자전거가 빨라지다 보니 무서워진 서리가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유찬의 허리를 붙잡는데 그 순간 유찬은 두근거림을 느낍니다. 두 사람의 상반된 표정과 기분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그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매력은?
이 드라마는 나쁜 역할 하나 없이 선한 사람들만 가득했던 드라마라 그 어느 때보다 마음 편하게 시청하기 참 좋았던 드라마입니다.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린 서리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현실을 받아들여 가며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우여곡절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피는 섞이지 않았어도 함께 밥을 먹고 살 부딪히며 살아가는 가족 같은 주변 사람들이 그녀의 새로운 시작을 든든하게 도와주고 응원해 줍니다. 내가 만약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고 어른이 되어버린 서리라면, 또는 나 때문에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살아가는 우진이라면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 드라마는 그럼에도 세상밖에 나와 인생을 살아가는 서리와 우리를 보여주며, 그럼에도 그렇게 힘든 삶이라도 어딘가에는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저 포기하고 주저앉지 말고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작은 행복을 찾아서 끝까지 걸어가 보라고 등을 떠밀어 주는 따뜻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따뜻함이 가득했던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현재 sbs 공식 홈페이지에서 무료 시청 가능합니다. 그리고 왓챠, 웨이브 멤버십을 이용하여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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